캘리포니아 사돈댁에서 귀한 선물을 보내 주셨다. 손수 키워 거두시고 잘 말린 먹음직스런 대추를 한아름 보내 주셨다. 예상치 않던 일이라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의 크기가 꽤 컸다.
누이들 집에도 나누어 보내고, 마침 찾아 온 내 참 좋은 벗에게 조금 덜어 주었건만 우리 내외에겐 과할 정도로 남은 많은 양이었다.
대추차도 끓여 놓고, 대추 꿀차도 절여 놓았다. 사돈 덕에 올 겨울 감기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대추 넉넉히 넣은 약밥 만들기는 뒤로 미루어 두었다.
사돈사이 – 꽤 오랜 시간 내겐 어머니와 아버지와 장모와 장인 사이를 일컽는 말이었다.
나는 일남 삼녀 외아들, 아내는 일녀 이남 맏딸. 장인과 장모, 아버지와 어머니, 그렇게 사돈 내외는 이 미국 땅에서 기십년을 한 동네에서 살았었다. 다 지나간 이야기다만.
세월은 어느 사이에 나와 아내를 사돈 사이의 한 축으로 만들었다. 사돈 댁도 마찬가지일 터.
대추 꽃은 그냥 피고 지는 법 없이 열매를 반드시 맺는다고 한다지.
눈내리는 늦은 밤, 대추차 한잔 앞에 놓고 비나리 한마당.
‘그저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마음일 사돈내외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