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동정을 달아 줄 수 있나요?’라는 문의 전화를 받은 아내는 “참 별일이 다 있네”라고 했다. 그리고 백인 아주머니 한 분이 한복과 동정을 들고 내 가게 문을 들어선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다. 그녀는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것인데 연말에 입으려 하니 동정이 너무 낡아서 바꾸려 한다며 한복을 맡기고 갔다. 그녀는 명확히 “Hanbok Collar”라고 했다.
삼십 년 넘도록 세탁소 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세탁소를 하며 보낸 세월만큼 아내의 주말 한국학교 선생 일도 이어져 왔다. 이즈음 아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모두 성인이고 한국계가 아닌 영어권 미국인들이다. 한국드라마나 K-pop에 홀려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이다.
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잠깐 흐른 듯한 세월인데 참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