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외(敬畏)에

어찌어찌 어릴 적 벗의 연락처를 얻었다. 살다 보니 서로 얼굴 본지 수십년이 흘렀다.

카톡으로 몇 자 적어 안부 인사를 나눈 뒤 video call로 얼굴 보며 한참 동안 사는 수다를 떨었다. 아들들과  며느리 손주와 함께 한 사진 속 벗의 얼굴엔 영락없는 그의 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이렇게라도 얼굴 볼 수 있으니…”그와 내가 거의 동시에 한 말이다. 한땐 우리도 참 모던한 진보 흉내 내던 시절도 있었건만.

어제 밤 일인데 오늘까지 옛 벗 생각이 이어진다. 멀어진 시간들이 오늘에 닿아 있음을 깨닫는 순간 삶은 그저 경외다.

며칠 전 아내의 생일, 새삼스레 내 삶 속에 가장 가깝고 오랜 길동무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느껴보다. 삶의 경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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