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가을도 저물고 아침이면 두꺼운 옷을 찾는 계절이 되었다. 이것 저것 한 해를 마무리 해야만 하는 일들과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할 일들로 이렇게 저렇게 머리 속 생각들이 많다. 너무 빨리 지나간 시간들 속에 쌓인 후회와 부끄러움도 많고, 다가 올 시간에 대한 염려와 걱정 또한 함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한 주간은 할 수 있는 한 넉넉한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대로 넉넉하고 단순하고 더하여 여유롭게 보내려 한다. 추수감사절이 끼인 한 주간이기 때문이다.
그저 바쁘게 곱씹어 보고 싶은 것들은 감사다. 지난 시간들 속에서 찾아내야 할 감사들과 오늘 내가 누리면서 모르고 있는 감사들 그리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조건들에 대한 감사까지 누려 볼 생각이다. 감사는 누구에게 주는 것 이전에 내가 누리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감사절을 앞두고 무겁게 쳐진 가지들로 버거워 하는 옆 뜰 전나무들 무게도 덜어 주고, 겁 없이 하늘 높이 재려는 양 치솟는 뒤뜰 언덕배기 나무들을 맘 먹고 몽땅 베어 내었다.
무릇 감사란 누리고 있던 것들을 베어 내고 난 자리에서 더 크게 자라는 것이 아닐까?
다시 봄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