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족(知足)에

눈길 닿는 곳마다 가을인 일요일 하루를 만끽하다. 쉬는 날 하루 계획에 온전히 들어맞게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맞는 저녁 시간에 맛보는 족함이 크고 또 크다.

애초 대단한 계획을 세운 일은 없다.

한 시간 늦게 아침을 맞는 일, 뜰에 낙엽 거두는 일, 아욱 상추 깻잎 쑥갓 무우 등속 가을 푸성귀 거두는 일, 누워 계시는 아버지 찾아 뵙고 점심 한끼 드시는 것 도와드리는 일, 돌아와 낮잠 한숨 즐기는 일, 아내와 함께 장보는 일, 푸성귀 다듬고 무우 김치 담그는 일, 이젠 길어진 밤시간 노장자(老莊子) 글귀 하나 곱씹어 보는 일.

그저 그렇고 그런 쉬는 날 하루 계획대로 보내고 맞이 한 왈 시월의 마지막 밤에 곱씹어 보는 말, 지족(知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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