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마지막 길목, 그 초입에 이르신 아버지가 어제 더듬더듬 내게 건네신 말씀. “사람 산다는 게 참 별게 아닌 듯도 싶고….”
오늘 일요일 하루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리라 맘 먹고 아주 오랜만에 늦잠을 즐겼다.
어제 아버지가 던지신 말씀이 지워지지 않아 이런저런 책장을 넘기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 본바탕 생각이란 그리 변한 것 없다.
<사람들이 진정 돌아가야 할 곳은 밖으로는 천진함을 드러내고 안으로는 순박함을 간직하는 것이며, 사심(私心)을 줄이고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이다. – 노자 도덕경 19장>
<발의 존재를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며, 허리의 존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잊을 줄 아는 것은 마음이 자연 그대로에 맞기 때문이며, 마음이 내적으로는 변함이 없고 외적으로는 대상에 끌리지 않는 것은 자기 처지에 안주하여 항상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 자적에서 시작하여 항상 자적(自適)의 경지에서 머무는 것이야말로 ‘자적조차 잊은 자적’의 경지이다. – 장자 외편 제 19장>
그리고 예수가 가르쳐 준 기도, 곧 주기도문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며 강조한 가르침이자 간절한 기도.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사람살이- 그 모든 거창하고 거룩하거나 세계적 국가적 민족적 거대한 담론들 다 제(除)하고 그저 일상적이고 분명하고 평범한 것, 바로 신과 그리고 함께 부딪히고 사는 사람들 앞에 서 있는 오늘, 지금 나를 위한 기도.
바로 소박(素朴)함을 위하여.
더하여 얻은 깨우침 하나. ‘퀘이커 지혜의 책(A Quaker Book of Wisdom)’에서 로버트 스미스(Robert Lawrence Smith)가 처음과 끝에서 크게 강조하며 깨우쳐 알려 주는 말. – “당신의 삶으로 말하라!(Let your life speak!)”
자유, 자적 나아가 삶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든든한 밑천일 듯. 참 별게 아닌 듯 싶은 내 사람살이를 위하여. 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오후에 아내와 함께 가까운 펜실베니아 Ridley Creek 공원 숲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