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올 여름 겪는 마지막 더위겠지?’ 라는 내 스스로의 위로도 크게 힘이 되지 않을 만큼 지친 며칠이었다. 체감온도가 거의 110도에 이르는 몹시 습한 바깥 날씨에 세탁소 안 보일러 열기를 더해 그야말로 찜통 속에서 보낸 한 주간이었다.

이젠 확실히 한 물 갔다. 늙었다는 말을 아직 받아 들이기 어려워 해보는 말이다만, 몸이 느끼는 피로감이 머리 속 생각에 비해 도를 넘게 크다.

게다가 내 일터는 이즈음 한참 공사중이다.  샤핑 센터 거의 2/3에 달하는 건축물들을 헐어내고 아파트와 부속 건물들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날은 덥고, 공사판 무질서는 연일 이어지고, “공사 중에도 영업은 합니다.”란 게시물이 왠지 모르게 내 피로를 더하는 2021년 여름의 끝물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내 가게는 곧 대박이 날 것 같은 건물주의 청사진을 받아 들었던 것은 오래전 일이다만, 현재는 찜통 더위보다 더한 가히 고문이다. 아파트 수백 가구가 내 잠재적 손님이 된다는 희망 따위로 오늘 웃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더위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 하여도 더위 속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비록 온 몸에 진이 빠졌을지라도.

한 주간 미루어 두었던 이런저런 뉴스들을 훑어보다가 든 생각 하나. “역사상 가장 긴 희망고문으로 치자면  예수가 말한 ‘하나님 나라’아닐까?” 예수가 말한 하나님 나라는 그를 고백하는 사람들이 오늘 여기에서 누리는 나라임으로.

한국뉴스들 중에 내가 챙겨 보려고 애쓰는 두 가지. 세월호 가족 소식들과 조국 전 장관과 가족 뉴스들. 내가 이즈음 한국이라는 사회를 이해하는 큰 잣대이기 때문이다.

이 한주간 그 두 가족들(세월호 가족들과 조국 전 장관 가족 가족들)에 대한 뉴스들을 보며 다시 곱씹어 보는 희망고문이라는 말.

비록 짧은 세월 살아보며 절실히 느껴 고백해 보는 말이다만, 희망을 바라보며 오늘의 고문을 이겨낸 이들로 인해 사람살이는 늘 조금씩 나아져 왔다는 사실이다.

며칠 더위에 지쳐 나와 내 가족 먹고 사는 일로 희망고문 운운하는 내 부끄러움이라니!

결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이러저런 사회적 고문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한과 원을 풀어 마침내 희망을 손에 잡고자 오늘도 이어지는 고문들과 싸우는 세월호 가족들과 조국 전 장관 가족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나가고자 아주 짧은 한 순간 한 순간 손 내밀어 함께 하려는 이들을 생각하며.

비록 오늘은 희망고문이어도.

오직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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