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舊式)에

내가 셀폰을 사용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나마 그저 장만해서 들고 다니는 정도이지 거의 쓰지 않는다. 생활 자체가 단촐하다보니 누군가와 개인적인 일로 전화할 필요도 별로 없고, 숱한 기능을 탑재한 셀폰을 사용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가게 일은 가게 전화를 사용하면 되는 일이고.

페북이니 텔방이니 카톡이니 이른바 sns 등은 아침 저녁 딱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 앞에서만 사용할 뿐이라서 내 셀폰의 용도는 그리 많지 않다. 아주 싸구려지만 내가 활용하는 가치에 비하면 매우 비싼 물건이기도 하다.

그나마 셀폰이 내게 아주 유용한 물건이 된 까닭은 좋아하는 음악이나 뉴스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셀폰이 전해주는 속보는 때론 유용할 때가 많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인데, 허나 때론 그게 모르니만 못할 때도 숱하다. 그래 그 유용은 곧 무용과 상쇄되어 셀폰이 내게 크게 대접을 못 받는 편이다.

한마디로 나는 이미 구식(舊式)이다.

오늘 낮의 일이다. 셀폰이 알림으로 뉴스  속보를 전했다. 가까운 메릴랜드주에서 발생한 강도 2.1의 지진으로 내 가게와 집 동네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지진을 감지하고 놀랬다는 기사였다. 지진이 일었다는 그 시각 나는 가게에 있었지만 아무런 이상스런 느낌 조차 없었다.

아무튼 속보를 보고 혼자 소리로 내 뱉었던 말, ‘에고 이젠 지진까지’였다.

그리고 저녁나절 다시 알려 온 뉴스 속보 ‘지진이 아니라 폭발 때문’이었다고.

컴퓨터로 찾아 본 신문 뉴스엔 ‘지진’과 ‘폭발’이라는 기사들이  같은 크기, 거의 같은 시간대 기사로 동시에 떠 있었다.

누구가는 지진이라고 믿을 터이고, 누군가는 폭발이라고 믿을 터이고.

사람살이 예나 지금이나 그리 크게 변한 게 없다.

하여 사는 거 그저 구식이라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