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連休)에

지난 주초 사나흘 이어진 폭염과 예기치 않게 쌓인 세탁물 처리로 온몸에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삼십 수년 간 이어져 온 일이지만, 세탁소의 첫 무더위는 아직도 여전히 힘들다.

그렇게 맞은 연휴 이틀, 틈나면 누워 쉬었다. 오라고 했던 아이들에게는 다음 기회로 하자고 미뤘고, 초대받은 곳에는 미안함을 전했다. 아직 재활원에 계신 아버지 찾는 일도 큰 맘 먹고 걸렀다.

토요일부터 누워 긴 잠을 누렸으니 가히 사흘을 쉰 셈이다. 내가 누리는 복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은 복용약이 전무하여 약과는 친숙하지 않아서인지 진통제 한 알 먹고 모처럼 제법 긴 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주 깨끗하게 가뿐하지는 않았으나 견딜 만 하였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이런 저런 계획했던 일들에 빠져 보았다. 될 수 있는 한 더디게 천천히 그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는 맘으로.

저녁상을 물리고 뒤뜰에 나앉아 새소리 들으며 오늘에 이어진 어제와 내일을 생각하며 한참을 보내다.

그저 감사다.

연휴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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