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

이제 그만 둘 만도 한데 아내는 지치지도 않는지 그 일을 여전히 즐기며 좋아한다. 만  31년 째 이어가는 델라웨어 한국학교 선생 일이다.

아내는 이즈음 성인반을 맡고 있다. 학생들은 이십 대에서 환갑에 이르는 나이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비한국계 미국인들과 부모 한 쪽이 한국계인 이들이다. 학생들은 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몇몇은 한국여행도 다녀왔다.

지난 일년 동안 팬데믹 영향으로 온라인 수업을 이어오다가 다음 학기부터는 대면 수업을 하게 되어 학생들이나 선생이나 이즈음 새로운 기대가 넘치는가 보다. 온라인 수업을 정리라도 하는 듯, 선생과 학생들이 서로의 재능들을 모아 아주 짧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각자 녹음한 파트별 음원을 모아 믹싱을 하고 수화자막도 만들고 그렇게 비록 지극히 어설프지만 나름 대단하게(?) 만들어낸 ‘어머니의 은혜’ 동영상이다.

감자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살아 온 서울 촌놈인 내가 감자를 심어 꽃을 보는 신기한 즐거움을 누리는 이즈음, 아내와 내가 여전히 즐기며 좋아하는 일들이 있고 그를 누릴 수 있음은 감사다.

그 감사의 바탕에 내가 미안하고 부끄러워야 마땅할 얼굴들을 지울 수 없다만.

그저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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