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살아 생전에 남기셨던 말씀 가운데 하나. “네 딸 웨딩 가운은 내가 꼭 맞춰주마. 내가 할 일 중 하나다.”
어머니는 말씀처럼 언제 시집갈 지도 모를 손녀 딸 웨딩 가운 맞출 돈을 따로 남기고 떠나셨다. 그 일을 딸아이에게 이야기 해 본 적은 없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이즈음 딸아이는 바쁘다. 오늘, 몇 벌의 웨딩 가운을 입은 사진들을 보내며 아내와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보라고 하였다. 우리 내외는 그 중 하나로 같은 마음이 닿았다. 그러자 딸아이가 하는 말, “그 중 제일 비싼데…” 아내가 물었다. “얼만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딸아이가 말한 가격은 정확히 어머니가 남기신 돈과 일치했다.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 여름이 끝날 때까지 나는 사뭇 간절한 기도를 이어갈 듯 하다. 어머니를 위해 해 본 적 없는 기도를… 딸을 위해.
어머니는 언제나 그러셨듯 똑같이 말씀하실게다. “이 눔아! 아무렴 네 자식 위한 일인데… 그래야 당연하지!”
나이 들어도 신기한 일은 늘 이어진다.
그렇게 삶에 감사도 이어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