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하루

봄날 하루는 짧다.

손님들의 발길이 조금씩 잦아져 아침 영업시간을 팬데믹 이전으로 돌려 놓았다. 일년 넘게 느긋한 이른 아침 시간을 즐기다보니 어느 사이 게을러졌었는데, 이즘엔 거의 다 자란 모종들에게 아침 인사를 나누곤 일터로 나가기 바쁘다.

그렇다고 가게가 이전처럼 쌩쌩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하는 시간만큼은 할 일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손님들과 아크릴 판넬을 사이에 두고 서로간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목청이 높아지기 일수지만 어느새 그것도 그저 그런 일상이 되었다.

백신 접종율이 높아가는 만큼 확진자 수가 늘어간다는 어제 아침 동네 뉴스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너나없이 바이러스에 대한 긴장이 느슨해 지는 탓일게다.

내 집안의 최고령이신 아흔 다섯 아버지는 일찌감치 접종을 모두 끝내셨고, 우리 부부와 아들 내외 그리고 내 형제들 모두 접종을 마쳤다. 제일 어린 딸아이가 이번 주에 예약이 되어있으니 일단은 가족 모두 접종은 마치게 되는 모양새다.

올 한 해 넘기기 전에 또 한번의 접종이 있게 될 것이고, 어쩌면 독감주사처럼 해마다 한 두차례 맞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허기사 독감주사를 맞기 위해 긴 줄을 이어서 기다리던 시절이 그리 먼 옛날 일이 아닌 것을 생각해 보면 이즈음의 북새통도 그저 사람들 살아가는 과정이란 생각도 든다.

바이러스 치료제 소식들도 종종 만날 수 있는 것 보면, 멀지 않은 어느 시간에 오늘을 옛 일처럼 이야기할 시간을 맞게 되리라.

하여 늘 조심할 일이다. 무언가 기다리는 시간에 드리는 기도는 늘 간절한 법이다.

오후에 텃밭과 뜰에 찾아오는 봄에게 인사를 나누다가 문득 눈에 들어 온 콩 새싹에 고목처럼 굳어진 내 가슴이 콩딱콩딱 뛰다. 몇 주전에 서리 내린 땅에 뿌렸던 씨앗들이 생명이 되어 내게 건네는 인사라니!

이른 봄꽃들과 인사도 나누고, 내 텃밭과 뜰에 오시는 새 손님들 맞을 준비에 봄날 하루는 참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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