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獻詞)

여기서 산지 지난 삼십 오 년 동안 많은 한국 뉴스들을 보고 들었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아파하며 분노했던 뉴스는 세월호 참사 소식이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삼백 명이 넘는 젊디 젊은,  아니 어리고 어린 아이들이 생수장 되는 현장이 실시간 영상으로 중계되는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당시 나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아픈 뉴스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던 때였다. 그 때 그 아픔은 아린 것이였지만, 세월호 참사는 분노였다.

그 날 이후 어찌어찌 인근에 사는 맘 맞는 벗들이 모여 그 사건을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가족들을 위로하며, ‘도대체 왜?’라는 물음에 응답을 얻을 때까지 함께 해 보자고 틈나면 함께 모임을 이어왔다.

아이들이 그렇게 떠난 지 칠 년 째 되는 날을 앞두고 벗들과 오랜만에 함께 했다. 지난 해 삼월 팬데믹 이후 처음 만나는 얼굴들이 많았다.

펜실베니아 밸리 포지 국립 역사 공원(Valley Forge National Historical Park) 미국 독립 전쟁을 기념하는 상징으로 세워진 독립 기념문(The United States National Memorial Arch) 앞에서 였다.

기념문 상단에 새겨진 글귀가 썩 맘에 들었다.( Naked and starving as they are We cannot enough admire The incomparable Patience and Fidelity of the Soldiery) 독립전쟁 당시 많은 군인들이 기아 질병 영양실조 또는 헐벗음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를 상기하며 쓰여진 헌사이리라.

나는 그 헌사를 세월호 가족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하는 벗들과 나누는 뜻으로 새겼다.

지난 칠 년 동안 헐벗고 굶주림 보다 더한 질시와 조롱 속에 이어 온 삶을 위로 한다기 보다는 , 가족들의 더할 나위없이 크나 큰 인내와 끝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그 충심을 칭송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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