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눈이 더 왔으면 좋겠는지요?.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말부터 앞으로 8일 중6일 동안 눈이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계속 된다네요.’

오늘 자 우리 동네 신문 기사 가운데 일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내린 눈을 치우다 몸살을 앓기 일보직전이다.

어제 아침만 하여도 눈을 치우고 일을 나가느냐고 보통 출근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었다. 좋아서 하는 일과 억지로 하는 일을 이젠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한다. 두 주 사이 서너 차례 이어진 눈 치우는 삽질로 만사가 귀찮은 지경인데 또 다시 눈이 내린단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날씨를 즐기고 있다는 기분도 있다. 그게 나이에 따른 게으름일지라도 게으름을 즐길 수도 있으므로.

엊그제만 하여도 그랬다. 밤새 눈이 3-6인치가 내려 쌓인다는 일기예보에 ‘흠, 내일 가게 문  열기는 힘들겠군, 열어도 느즈막히 열면 되겠고…’하는 맘에서 시작된 게으름을 맘껏 즐겼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를 보게 된 까닭이다. 몇 년 전만해도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어느 해던가 일 피트 넘는 눈이 내렸던 날에도 나는 가게문을 제 시간에 열었었다. 그 역시 꿈같이 지나간 옛 일이다.

아무튼 영화 ‘승리호’. 내겐 좀 난해한 이즈음 세대의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느낀 감상평 세 가지.

헐리우드식 만화적 상상력이 이젠 한국인들의 손에….라는 생각 하나.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 유해진의 영화에 대한 태도가….둘,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미나리에 이어 한국어가 말하고 듣는 이들에게 외국어가 아닌 영화 속 인물들의 말로 확인되고 인정되어 간다는 사실. 그건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마지막 세번 째.

그리고 보니 오늘이 한국 명절 설날이다.

나는 십 수년 전부터 해마다 이 맘 때면 내 가게 손님들에게 한국 명절 설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음력도 아니고 중국인들만의 춘제도 아니고, 한국인들의 설날 명절이라고.

글쎄… 모를 일이다.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울타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먼 하늘 고향 찾아 떠나는 새떼들을 보며.

2021년 설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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