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지난 주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뜰에 또 다시 눈이 쌓인다. 눈에 더해 밤톨만한 얼음비가 내린다. 이왕 맞이한 한가해진 시간들을 그냥 푹 쉬며 즐기라는 뜻인가 보다. 가게 문 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집에서 푹 쉬다.

무우 장아찌도 담고 생강청도 만들고, 내친 김에 버터크림 빵도 만들며 눈구경이나 즐기다. 늦은 오후 두어 시간, 쌓인 눈 치우고 나니 온 몸에 진이 빠진 듯 맥이 풀린다.

‘이 눔아! 누구나 다 지칠 때가 있는 법이여. 다 저녁 이 시간에 용쓰는 내 날개 짓도 힘들어!’ 머리 위로 날아가는 오리 떼들이 내게 던진 말이다.

지난 해 맞은 팬데믹 덕에 난생 처음 경험해 본 텃밭 농사, 올 핸 좀 제대로 해보자고 일찌감치 주문한 씨앗들을 받았다. 덤으로 몇 가지 더 넣었다며 풍성한 결실 맛보라는 종자상의 손편지가 썩 맘에 들었다.

아내의 저녁상을 기다리며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생각들을 곱씹으며 읽다.

<그대가 나쁜 사람이 아니 듯 삶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그대가 가장 풍요로울 때에는 삶은 초라하게만 보인다. 불평쟁이는 낙원에서도 불평만 늘어놓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 삶이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황혼의 빛은 부자 집 창문 뿐만 아니라, 가난한 집 창문도 밝게 비춘다. 또한 초봄에는 가난한 자들의 집 앞의 눈도 녹는다.>

<가능한 한 매일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라. 그것을 당신 삶의 묘약으로 삼으라.>

  • 2. 18. 21.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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