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동네신문이라고 일컫는 The News Journal지의 시초는 1866년이니 그 역사가 제법 오래 되었다. 긴 세월 신문의 이름과 소유주는 여러 번 바뀌며 오늘에 이르렀다. 가장 오래 이 신문을 소유했던 것은 델라웨어주의 거부였던 듀퐁(Du Pont)가문이었다. 1919년 부터 현재의 이름인 The News Journal을 쓰기 시작했으며, 듀퐁 가문이 이 신문에서 손을 뗀 것은 1978년이었다. 그 후 1989년에 델라웨어 주내 경쟁사 두 곳을 병합시켜 오늘에 이른 The News Journal 은 명실공히 델라웨어 주를 커버하는 유일한 신문이다.
이 우리 동네 신문에 지난 몇 달 동안 헤드라인 기사로 가장 많이 다룬 기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죠 바이든 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죠 바이든, 그리고 사건사고 기사는 아침 눈뜨면 만나게 되는 뉴스거리들이었다.
며칠 전 재미있게 읽은 기사로, 엊그제 워싱톤으로 떠난 바이든과 그의 일행들이 몇 달 동안 이 곳에 머무르면서 그들이 지역 상점들을 이용한 내역들을 공개한 것이 있었다. 듀퐁 호텔을 비롯해 아침 전문 식당, 카페, 주점 등등 어느 가게에서 얼마의 돈을 사용했는지 이른바 바이든 호황을 누린 가게들을 다룬 기사였다.
이 시간 현재 이 신문의 헤드를 장식하고 있는 기사 역시 바이든의 가족 이야기다.
어제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도를 했던 이 곳의 목사 이야기와 백악관으로 향하는 대열의 선두에 섰던 바이든의 모교 델라웨어 대학 밴드부 소식도 뉴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델라웨어 대학 밴드부 제복을 비롯해 이 대학 세탁물들은 내 주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데, 지난 일년 여 학생들 활동이 없다 보니 세탁할 일이 없어졌다. 밴드부 소식에 하루 입었으니 세탁해야겠다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하는 헛 꿈도 꾸어 본다.
우리 동네 신문은 바이든에게 특별 주문까지 하여 ‘델라웨어 주민들에게 전하는 대통령의 편지’를 게제하기도 했다. 이 편지에서 바이든은 ‘델라웨어야말로 미국인들이 이루어 내야 할 모범’이라고 추켜 세우며, “내가 죽을 때, 더블린은 내 가슴에 새겨질 것이다”라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명언을 인용하며 델라웨어에 대한 감사와 고향을 잊지 않겠노라는 말을 보탰다.
어제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서 내 눈을 끈 것은 바이든이 선서할 때 사용한 두꺼운 성경과 아만다 고든(Amanda Gorman)의 시 낭송이었다. 그녀의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과 그녀의 몸짓은 어제 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오늘 우리 동네 신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어제 취임식에서 사용된 5인치 두께의 성서는 1893년 이래 오늘까지 바이든 집안이 간직해온 가보란다. 1973년 그가 첫 번 째 상원의원이 되어 선서할 때와 부통령이 되었을 때, 그리고 죽은 그의 장남(Beau Biden)이 2013년 주 법무장관에 취임할 때 이 성서를 사용했단다.
성서 – 이즈음 내가 성서를 통해 새롭게 곱씹어 보는 말이 하나 있다. ‘성서란 오늘을 견디어 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견디어 내며 살’되 ‘내일을 위한 싸움’에 한 치도 물러섬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게 바로 성서라는 생각 말이다.
바라기는 가보(家寶)나 선서(宣誓)용 성서가 아닌 ‘오늘을 견디어 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서의 성서가 바이든의 임기에 함께 하기를 빌며.
*** 이즈음 한국 뉴스 속 세월호 가족들 소식을 들을 때면 ‘오늘을 견디어 내는’ 성서 속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