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친구 내외와 우리 내외가 함께 물러가는 가을 길을 걸었다. 이렇게 사람 사이 정(情)을 나누는 일도 조심스런 이즈음이다.
올해 변한 우리들의 일상이다. 일상(日常)!
철학자 강영안은 일상의 삶을 찬찬히 그리고 자세히 곱씹는 행위가 바로 철학이라고 가르친다. 그가 말하는 일상(日常)에 대한 정의다.
<일상은 무엇인가? 일상은 문자 그대로 따라하자면 “늘 같은 하루’이다. “하루하루가 늘 같다”는 말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타인을 만나고, 읽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예배 드리는 일, 이렇게 동일한 행동이 반복되는 삶. 그러나 그 대부분은 크게 즐거워 할 일도, 크게 슬퍼할 일도 없이,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는 삶. 그것이 일상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고(필연성), 진행되는 일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비슷하고(유사성), 반복되고(반복성), 특별히 두드러진 것이 없으면서(평범성), 어느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덧없이 지나가는(일시성) 삶. 이것이 일상이요, 일상의 삶이다.> – 강연안 지음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솔직히 나는 철학이니 종교니 하며 말을 길게 이어갈 만큼 배움이 크지도 않거니와 생각도 깊지 않다.
다만 할 수 있는 한 흉내라도 내보고 살아보자는 생각을 때때로 하며 살기는 했었다. 그나마 그 생각 하나 얻어, 흉내라도 내는 시늉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성서 때문이었다는 고백을 하며 산다.
뚱딴지 소리 같은 철학도 종교도 아니고 그저 일상 아니 오늘에 대한 감사로.
20년 가을 끝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