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삶

화복무문 화불단행(禍福無門 禍不單行)이라 했다던가? 좋은 일 나쁜 일이 내 생각대로 일어나는 일도 없거니와, 아니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기는 십상이다. 화(禍)나 복(福)의 크기는 저마다 다 다를 터이니, 무엇이 좋은 일이고 어떤 게 나쁜 일인지를 내 잣대로만 주장함은 마땅치 않다.

그렇다하여도 점점 심상치 않은 형국으로 빠져드는 이즈음 COVID 펜데믹 파동에 이르면 누구에게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게다.

세탁소 카운터를 아크릴 판으로 가리고 마스크를 쓰고 6피트 거리를 유지한 채 손님들과 몇 번씩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서야 의사소통을 이루곤 하는 불편함일지라도 그런 불편함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럠이 큰 이즈음이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내 세탁소를 찾은 오랜 단골 K씨, 내 또래인데 올들어 부쩍 허리가 휜 친구다. 그는 늘 내 까만 머리칼을 부러워 한다. 도대체 내 나이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단다. 그 점은 나도 동의하는 편이다. 일흔을 턱에 건 나이에 난 아직 흰 머리카락은 거의 없는 편이다. 누군가는 머리를 얼마나 안 쓰고 살았으면 그 모양이냐고 우스개 소리를 건네기도 했었다.

모처럼 그와 오랜 시간을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치 이야기까지 이르도록 이어지기 까지는 한가한 가게 형편의 도움이 있었다.

그는 참정권을 가진 나이에 이르러서 부터 오늘까지 영원한 공화당 지지자라고 하였다. 그는 내 가게가 위치한 동네 수준으로 보자면 경제적으로 중상위층에 속하는 아주 전형적인 백인으로 그 역시 칠십이 코 앞인 친구다.

그가 말하길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찍지 않은 일은 딱 두 번 있었단다.  첫 번 째는 ‘아버지 부시’라고 일컬어지는 George H. W. Bush였고, 두 번 째는 이번에 트럼프였단다. 아버지 부시는 전쟁을 일으켜서 마음에 안 들었었고,  트럼프는 지난 번에 찍어 준 자기 손가락이 미울 정도로 수준 이하란다. 특히나 펜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무슨 게임하듯 제 속만 차리려하는 게 너무 밉단다.

모처럼 신이 난 듯한 그의 일장 연설을 듣고 몇 마디 건넨 내 응답이었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공화당 지지자나 민주당 지지자나 뭐 크게 다른 게 있을까? 당신 말대로 전쟁 일으키고,  펜데믹 현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 소리가 커지면 좋은 거 아닐까?’

이건 이즈음 내가 뉴스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세계 뉴스나 매 한가지로 통하는 프리즘이다.

사람 살이 이어져 온 이야기 속에는 늘 그렇듯 정치도 종교적 신념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사람살이 이어져 온 이야기 곧 역사에는, 스스로 홀로 서서 경전을 읽고 해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종교처럼,  세상 정치적 일들을 그리 읽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징표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사람 살이는 늘 신비한 지경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과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늘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 살아 있는 한 삶은 늘 살 만한 것이다. 그것이 화불단행(禍不單行)이든 점입가경(漸入佳境)이든, 내 스스로 선택할 일이 남아 있는 순간은 언제든…

그렇게 또 추수감사절이 코 앞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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