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아침 일 나가던 길에 눈에 들어온 선거용 입간판들,  이즈음 사거리 마다 놓여있는 풍경이다.  이른바 선거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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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 대통령 후보들 홍보 입간판을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주로 연방 의회 의원 및 주지사를 비롯한 주정부 관리와 의회 등에 입후보한 사람들의 홍보 입간판들이 주를 이룬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기도 하지만 이곳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죠 바이든의 고향이고 보니 이 곳 판세는 워낙 뻔해서 일게다.

죠 바이든의 집과 내 집과의 거리는 10여분 안팎이다. 왈 동네 사람이다. 이 곳에서 오래 산 한인 치고 그와 악수 한번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그는 오랜 세월 의원 생활을 하면서 한인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 나 역시 몇 번 그를 만난 적이 있다. 함께 식사도 하고 걷기도 하고,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 기억들이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그의 보좌관과 행사를 함께 해 본 경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일이 그리 마뜩잖다. 물론 트럼프는 더더욱 아니다.

엊그제 아내에게 들은 말이다. 내 오랜 단골인 윌리암슨 할머니가 세탁소를 들어섰는데 그녀가 쓴 마스크가 기이했단다. 비닐 마스크 였단다. 아내가 물었단다. ‘천 마스크가 없어요? 그 마스크는 숨 쉬기가 매우 힘들거 같아요.’ 오랜 학교 교직을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그녀가 한 대답이란다. ‘에고, 내 남편이 이젠 귀가 어두워 잘 못들어요. 그래 내가 말하는 입 모양을 보고 소통을 한다우. 그래 생각 끝에 이 마스크를 쓴다우.’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사람살이 시작한 이래 손 꼽아도 좋을 만큼 몇 안되는 큰 변화의 시대를 너나없이 겪어내는 이즈음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시절에 바이든과 트럼프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선거판은 좀 불편하고,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불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선거란 어차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에 솔깃해 나도 한 표는 던진다마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이즈음 한국 뉴스를 보면 한반도 남북문제를 위해서 트럼트가 낫지 않은가 하는 이들의 소리를 듣고는 한다만 그 역시 난 동의할 수 없다.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거니와 대한민국은 이젠 홀로 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즈음 뒤뜰에서 저녁 노을이 만들어내는 하늘에 홀려 오래 앉아 있곤 한다. 하늘에 빠져 있다보면 사람살이엔 분명 그 살이를 다스리는 힘이 있는 듯 하다. 그 힘을 무어라 부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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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또 사는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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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가 내 집 나무에서 노는 걸 보니 나무를 자를 때가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