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友情)으로

살며 잠시라도 스쳐 지나간 연이라도 닿았던 이들이 세상 뉴스를 달구는 모습을 보노라면 아무래도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이즘 세상에선 아직 노년이라고 말하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중년이라고 말하기엔 겸연쩍은 나이여서 조심스럽다만 이쯤 살다보니 누군가의 삶에 대한 평가나 호불호에 대한 잣대는 굳어진 상태이다.

나는 옛 친구들이 옛날 내가 알고 있는 모습대로 늙어가는 소식을 듣거나 보노라면 참 좋고, 그가 잘 살았다는 느낌을 받는 편이다. 물론 사람 냄새가 나는 옛 추억에 근거해 하는 말이다.

며칠 동안 이일병이라는 이름이 한국뉴스로 내게 다가왔다. 어릴 적 캠퍼스에서 잠시 알고 지낸 친구다. 하여 뉴스들을 두루 훑어 보았다. 그는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지극히 자신에게 충실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달려 사는 소시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답게.

솔직히 그 때나 지금이나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만, 그게 무슨 문제랴! 그는 그 답게 나는 나 답게 살면 그만인 것을.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들이 어렸던 시절 그는 프로파간다적 행위나 행태들을 매우 싫어했던 매우 자유주의적인 친구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놀랄 만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 변화에 걸맞게 그저 옛 모습 간직하며 사는 그의 오늘에 화살을 쏘는 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좀 불편하다.

그의 노년이 그의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시간들이 되길 빌며… 옛 우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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