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가족 모두 편안 하신지요?’ 이즈음 오랜만에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내가 건네는 인사를 받은 Tom은 대답대신 똑같은 질문을 내게 다시 던졌다. ‘네 아내는?’, ‘네 아들과 딸은?’
모두 건강히 잘 지낸다는 내 대답을 들은 그는 그와 나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세탁소 카운터를 휘 돌아보고는 낮고 여린 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가 한참을 이어간 이야기다.
그의 맏딸은 올해 마흔, 내 또래인 Tom은 어린 맏딸과 함께 내 세탁소를 찾았던 오래 전 이야기들을 되짚으며 내가 그 아이를 기억해 주기를 바랬다. 당연히 내가 기억한다는 뜻으로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여 그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했다.
그의 딸과 사위는 제법 반듯한 회사원들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COVID 상황이 일어난 이후엔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었단다. 둘 사이에서 얻은 Tom의 외손주들은 셋이고 그의 긴 설명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그의 보물임에 틀림없었다.
그 외손들 가운데 하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단다. 나머지 아이들과 딸과 사위도 염려란다.
그의 아내는 딸네 집엘 가봐야겠다고 하지만 딸과 사위가 펄쩍 뛰어 그저 알 수 없는 분노와 함께 걱정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다른 손님이 가게로 들어 오기까지 나는 그의 긴 이야기들을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가게를 떠나며 그가 나직하게 내게 던진 말, ‘기도 좀 해 주렴.’
하루가 지난 저녁, 지는 해와 쉴 곳 찾는 구름과 빠르게 도망치는 비행기와 새들을 넋 놓고 바라보며 그리고 때때로 내 귀를 여는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는 혼자 말, ‘젠장, 내 기도 빨에 힘이 있어야지…’
그럼에도 그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