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젖은 안개가 자욱하다. 날씨는 오늘도 무척 찌려나보다. 에어컨 없이도 간밤에 편안한 잠을 누렸다. 아무렴, 버텨온 세월이 얼마인데…
일요일 아침, 움직이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생각에 이런 저런 뉴스들을 훑어 본다. 상식(常識)을 잃은 사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다. 어차피 사람사는 세상에는 모든 이들에게 통하는 상식이라는 게 애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이슬을 밟고 뜰 정리하며 아침 땀을 흘리다. 아침은 늘 축복이어야 한다.
텃밭에서 거둔 깻잎, 고추, 오이 등속을 저려 우리 내외 한동안 먹을 밑반찬을 만들다. 오이 듬뿍 넣은 비빔 냉국수로 땀을 식히고, 왈 이열치열이라고 각종 야채와 오징어까지 넣은 호박전 부쳐 든든하게 배 채운 하루다.
부채질하는 여유까지 부리며, 신영복선생의 ‘강의’를 음미하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 많은 기계가 있지만 사용하지 않으며, 백성들로 하여금 생명을 소중히 여기게 하고 멀리 옮겨 다니지 않도록 한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그것을 탈 일이 없고 , 무기가 있지만 그것을 벌여 놓을 필요가 없다. 백성들은 결승문자를 사용하던 문명 이전의 소박한 생활을 영위하며, 그 음식을 달게 여기고, 그 의복을 아름답게 여기며, 거처를 편안하게 여기며 풍속을 즐거워한다.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볼 정도이고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릴 정도로 가까워도 백성들은 늙어 죽을 때까지 내왕하지 않는다.> -노자(老子) 제 80장
신영복선생은 노자 80장을 풀어 이렇게 설명한다. – ‘노자의 이상국가론{理想國家論}입니다. 규모가 작은 국가, soft-technology, 반전 평화, 삶의 단순화 등이 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결승(復結繩)’은 결승문자를 사용하던 문명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만 반드시 복고적 주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간디는 ‘진보란 단순화이다(Progress is Simplification)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한 시간과 무변(無邊)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드넓은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이 됩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작은 미물이라도 찬란한 꽃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온 천지가 꽃으로 가득 찬 세계를 상상해 봅시다. 한마디로 장엄한 세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 화엄경(華嚴經)을 푸는 신영복선생의 가르침이다.
낯선 것도 이어지면 일상이 되는가 보다. 몹시 더운 7월의 마지막 일요일도 저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