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夕陽)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 공기가 평소와 영 다르다. 후끈한 열기에 놀라 온도계를 보니 바깥 온도와 거의 맞먹는다. 에어컨 팬은 쉬지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기계 제품에 대해 문외한 이거니와  더더우기 전기와 연관된 물건이라면 손 될 엄두를 내지않는 내겐 난감한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하필 오늘은 또 금요일 저녁이다. 사람을 부르기도 딱 쉽지 않은 날인데다 날씨는 찌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 군데 에어컨 설치 및 수리 업체들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빨라야 사흘 후인 월요일 운운이고 주말에 급점검이라며 웃돈을 요구하는 형국이었다.

심호흡 길게 한 후 조금 느긋한 마음이 되어 내 형편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에 방책에 대해 구글신(神)에게  물었다. 안타깝게도 구글신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에어컨과 전기에 대해서는 나는 무지하였으므로.

그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더웠다. 하여 십 수년 넘게 내 가게 기계들을 돌보아 준 이에게 전화를 넣어 사정 설명을 하고 혹시라도 내가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언제나 처럼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 주었다.

그의 가르침대로 하나, 둘, 셋, 넷을 따라 점검해 보았지만 그저 땀만 더 흘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바라본 하늘엔 석양이 막 들어서고 있었다. 땀을 식힐 겸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그 하늘을 담아보았다.

구글신은 내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어컨 시스템의 사용 가능 연령은 10년에서 20년으로 추정하며 평균 사용연령은 15년 쯤이라고 일러 주었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내가 에어컨을 새로 갈았던 것이 딱 만 15년 전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생각해 본 신, 사람, 기계 그리고 하늘(자연)인데 모두가 그저 내 삶과 연결된 것들이었고, 이런 생각의 모든 시작과 끝 그리고 연결 고리는 모두 나라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사나흘, 에어컨 없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삶의 주인공은 그저 나일 뿐.

하늘은 늘 그렇게 아름답다. 석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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