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9

생각치 않게 주어진 넉넉한 시간들. 더는 낯설다고 외면할 수도 없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찌할고, 어찌할고를 되뇌이다  찾아낸 두가지 보고(寶庫).

KBS 다큐멘터리 연속물들과 내 집에 눈길 안 주고 버려 둔 땅이다.

‘차마고도’와 ‘다르마’에 빠져 보내는 시간들이 마치 오래 전부터 준비된 일인 듯하다.

공원을 찾아 걷는 일도 눈치 보아야 하는 세월에 찾은 일 하나, 뒷뜰 언덕배미 손길 눈길 안 주었던 땅을 뒤집어 보는 일. 어쩌면 평생 해보지 않았던 밭일에 나설 수도.

그래,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는 게 무릇 종교인 것을.

앞뜰엔 이미 봄이 오셨다. 마치 부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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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하나

충청북도 보다 조금 작은 면적에 사는 인구수는 백만 명 남짓, 내가 살고 있는 델라웨어 주 개관이다. 삼십 수년 전에 내가 이곳으로 이주했을 당시 인구수가 육십만 남짓이었으니 변화가 더딘 곳이다.

서울내기인 내가 아주 단조로운 삶에 적당히 녹아 들어도 놀랄 것 없는 세월도 흘렀거니와 이 곳의 한결같은 촌스러움이 이젠 내 몸에 온전히 배어 있어 그야말로 나는 가히 델라웨어 사람이다.

이 작은 주에 하루에 백 명 이상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소식으로 흉흉해 진지 벌써 사흘 째다. 그 수가 어느새 천명에 육박했다. 주지사가 다음 주 안으로 확진자 삼천 명 운운한 말은 사뭇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했나 보다. 이건 인구 대비 대한민국의 열 다섯 배 수치이다.

하루에 몇 차례 알림 속보로 마주하는 바이러스 환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그러다 보게 된 세계 여러 나라들의 바이러스 확진자 추이 비교 도표다. 그야말로 자랑스런 대한민국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왜? 대한민국을 깍아 내리는지? 그것도 자국의 언론과 정치꾼들과 미신적 종교에 빠진 얼치기 종교인들과 아직도 삼국시대를 살고 있는 지역 연고 우선인 사람들과…. 암튼 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21세기 민주주의와 복지 실험을 거쳐가는 모든 나라들 가운데 앞서 가려고 하는 정부를 가진 대한민국의 오늘이 자랑스럽다.

누구나 다 제 생각이 옳다고 믿고 사는 게 사람사는 모습이겠다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세력들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동체는 이해 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