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 주말편지

너나없이 답답함 안고 사는 이즈음, 손님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띄우다. 어쩜 내게 보낸 것일 수도. 봉화 농사꾼인 벗이 찍은 봄소식을 덤으로 얹었다.


한국인들이 쓰는 아침인사말은 ‘좋은 아침’입니다. 영어의 good morning과 똑같은 말입니다. 한국인들이 이 아침 인사말을 쓴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한국인들이 주로 쓰던 아침인사말은 ‘밤새 안녕하십니까?’ 또는 ‘아침 드셨나요?’였습니다.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생긴 인사인데 그저 하루 하루 안전하게 살아있는 게 고맙다는 뜻으로 나눈 인사일겝니다. ‘아침 드셨나요’라는 인사는 눈 뜨고 일어나면 그 날의 양식 걱정을 했던 너나없이 가난했던 시절에 나눈 인사였습니다.

이즈음 다시 생각나는 오래 전 제가 쓰던 아침 인사말이랍니다.

거의 매일 한차례 씩은 들려서 인사 드리던 구순 노부모님들께 이즈음은 주에 두차례 그나마 길어야 5분 내외의 짧은 인사만 드리곤 합니다. 노인들에게 가기 전엔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찾아 뵙는답니다. 만에 하나라도 제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 때문이랍니다.

필라에 사는 아들, 며느리와는 이따금 전화 목소리로 안부를 나눈답니다. 그래도 아들 내외는 부부가 함께 있어 걱정이 덜한 편이랍니다.

뉴욕 맨하턴에 있는 딸아이는 전화 할 때 마다 ‘제발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랍니다. 석 주 전에 재택근무를 하는 딸아이에게 제안을 했었답니다. ‘어차피 재택근무를 하니 델라웨어로 내려 오라. 내가 올라가서 너를 데리고 오마.’ 제 제안에 딸아이는 강력히 거부를 했답니다. 계속되는 제 재촉에 딸아이가 한 대답이랍니다. ‘뉴욕에는 이미 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이 생겼다. 어쩌면 내가 이미 감염이 되어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행여라도 내가 델라웨어로 가서 엄마 아빠에게 옮기게 되면 어떡하냐. 아파트 안에서 꼼짝않고 지낼 것이고, 먹을 것도 많으니 제발 걱정말라.’ 그만 제가 지고 말았답니다.

엊그제 딸아이는 화상 전화를 해서 자신이 스파게티를  얼마나 맛있게 만들어 먹고 있는지를 보여 주었답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영상을 보면서 가슴 한 곳이 찡해졌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터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을 격려하자며 아파트와 집에 갇혀 사는 이들이 보내는 박수와 함성 소리를 담은 영상이었답니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 사이에 거리 두기를 하고 살아야 하는 이즈음이지만 이럴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 서로의 이해는 더 넓어지고 서로간 격려의 소리는 더욱 커지는 더하여  평소에 잊고 살았던 가족들과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월입니다. 지난 주에 이어 한국에서 농사 짓는 벗이 찍은 봄 소식 함께 나눕니다.

당신의 세탁소에서

*** 어제 CDC(Th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cloth face mask를 쓸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이미 지난 주 이메일을 통해 저희 부부는 수제 면 마스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무료 제공한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들에게 무료 제공해 드립니다. 다만 지난 주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원하셔서 미처 다 드리지를 못했습니다. 내일(월)은 지난 주에 미처 드리지 못한 분들에게 먼저 제공해 드립니다. 새로 신청하시는 분들에겐 수요일 이후 부터 제공합니다.

https://conta.cc/39I814B

https://www.youtube.com/watch?v=-5XqjyfI6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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