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사는 곳의 주지사는 학교 문을 일년 동안 닫을 수도 있다고 했단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그렇게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단다. 지난 달에 5월 15일까지 학교 문을 닫겠다고 발표한 이후 나온 주지사의 말이다. 아무리 빨라도 9월 새학기가 시작되기 까지는 각급 학교가 문을 열지 않을 것 같다.
학교 앞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올 여름이 끝날 때까지 내 가계 형편은 긴 겨울이 될 듯 하다. 살며 걱정 없던 날이 얼마나 되었던가?
뒤돌아 보며 곰곰 생각해 보니 상업고등학교를 나왔건만 난 이재(理財)와는 참 거리가 멀다. 나를 조금만 아는 이들은 거의 모두가 동의하는 일이다.
이제껏 살며 몇차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보겠노라고 야심차게 일을 벌려 보았지만 그 때 마다 번번히 거의 만신창이 실패로 끝났었다. 그나마 삼십 년 넘게 붙들고 있는 세탁소 하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붙들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아내가 버텨낸 산물이다.
가게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한 지 어느새 한달 째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시간들의 가계를 재단해 볼 능력이 없는 내가, 그래도 살아 온 나이 값은 하노라고 나름 주판알을 튕겨 보는 이즈음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내는 주판알엔 관심 없고 그렇게 주판알을 튕기는 나를 기특히 여기는 듯 하다.
솔직히 돈이야 이 나이에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는 준비가 이미 끝난 터이라 주판알 엎어 버리면 그만일 터이고, 문제는 느닷없이 남아 도는 시간이다.
남아 도는 시간 사이로 잽싸게 찾아 드는 놈은 게으름이다.
그 게으름 이겨보고자 손에 든 것은 삽, 바로 삽질이다. 집 앞뜰 화단을 뒤엎고, 지난 해 가을 몽땅 베어버린 뒤뜰 대나무 밭을 뒤집는 삽질이다. 꽃 심고, 채마밭 한번 일궈 보자고 작심하며 해 보는 삽질인데, 모를 일이다. 꽃을 보게 될런지 또는 우리 부부 저녁상에 올릴 푸성귀를 거둘 수 있을지도.
그냥 요 며칠 하루 하루 그 꿈으로 삽질하는 즐거움에 그칠지라도, 그 또한 하루의 즐거움이려니.
늦은 저녁, 뉴스들을 훑다 보게 된 동영상 속 장면 하나에 딱히 뭐라할 수 없는 눈물 흘리며 감사하는 마음 하나.
세월호 6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한 국회의원 당선자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흐른 눈물이었다.
이런 젊고 따듯하고 유능한 이들을 앞세운 시민들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을 그려보는 재미라니.
욕심이 아니라 하루를 위하여 드는 모든 삽질엔 뜻이 있을 터이니.
또 하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