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2

동네에 첫 확진자 발생 뉴스가 나온 후 일주일이 지났다. 한 주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오늘 오후 뉴스는 서른 번째 환자 소식을 전했다. 드러난 숫자가 그러할 뿐이지 실제 감염자 수는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해설 기사도 있다.

이런 저런 관련기사들을 훑어 보지만 이 상황을 조속히 종속시킬 마땅한 방안들은 아직은 없는 듯 하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e) 운동이 현재로선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세탁소로 밥 먹고 산지 삼십 여년이 넘도록 이제껏 평일에 세탁소 문을 닫아 본 기억이 없다. 종업원들에게 맡기고 쉴지언정 가게문을 닫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구순 노인들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는 가게 문을 계속 열고 있었을 게다. 이런 저런 걱정에 이번 주엔 사흘 가게 문을 닫기로 했는데, 지금 추세로 보니 다음 주엔 완전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맞게 된 평일의 휴일은 너무도 길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닌가 보다. 이 또한 지속된다면 나만의 일상이 그려지겠지만 아직은 낯설다.

오전에 family doctor 사무실에서 보낸 이메일엔 행여 우리 부부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날 시 우리들이 해야 할 행동수칙들이 열거 되어있었다. 그리고 메일 끝 부분에 이어진 말이다. ‘우리 모두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냅시다. 집에서 하루를 보내신다면 건강 음식을 만들어 즐기시거나 밖에 나가 걷거나 운동을 하시기를 권합니다.’

오후에 받은 동네 신문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련된 최신 뉴스에 덧붙여진 마지막 안내. ‘마지막으로 밝은 소식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밖에 나가 다가오는 봄을 즐기십시오. 주립 공원들은 무료입니다.’

하여 김수미 선생표 장수제비국을  흉내 내어 배를 채운 뒤 아내와 함께 동네 공원에 찾아 든 봄을 맞아 걸었다.

늦은 오후 아이리스 영이 가르쳐 주는 복지 자본주의에 대한 글을 읽다.

오늘 부모님은 누나 당번.

이 이상한 하루들에게 또한 길들여질 터.

DSC09814DSC09821DSC09830DSC09834DSC09838DSC09850DSC09861DSC09891DSC09896DSC09901DSC09903DSC09905DSC09911DSC09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