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뜻과 제 맘대로 살지 못하기에 사람일게다. 아무렴, 그래야 사람인데 그걸 종종 잊고 산다. 아무리 백세시대라 하여도 나와는 그리 상관 없는 듯 하고, 이쯤 살았으면 많이 걸어 온 듯도 하고, 살며 더는 남에겐 아쉬운 소리는 않고 살겠지 했는데, 그 맘 먹고 산지 겨우 몇 해이건만 그예 깨지고 말았다.
내 가게 건물주에게 새 달 렌트비를 보내며 향후 두 서너달 렌트비를 감면해 주십사하는 편지를 동봉하다. 구걸이 아니라 싸움일 수도 있겠다만, 이 나이에 아니할 수 있었다면 훨 나을게다. 그러나 어쩌겠나, 사람살이인 것을.
채 한 달 만에 주(州)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삼백이 넘고 사망자가 열명에 이르렀단다. 어제 주지사는 앞으로 두 세주 안에 감염자가 삼천에 이르고 입원 환자는 오 백에 이르러 병실이 없을 것이란다. 동네 농구장과 대학 운동장 등 몇 곳을 정해 임시 병실을 만들 예정이란다.
이게 결코 만만치 않은 숫자다. 한국 감염자 수가 만여명이라지만 오천만 중 만명이다. 여기 삼천 명은 백 만명 중 삼천이다. 0.02% 대 0.3% 곧 한국보다 15배가 넘는 수치다.
여러모로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사람사는 세상. 나의 세상 끝. 바로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들 곧 내 가게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아내는 온종일 손님들에게 나누어 줄 수제 마스크를 만들다.
매 주 일요일 아침, 내 가게 손님들에게 편지를 띄운 지 어느새 십 오륙 년이다. 편지에 대한 손님들의 응답이 지난 두 세주 만큼 열성적인 때는 없었다. 서로의 안녕을 묻고, 함께 이겨 나가자는 격려의 인사들이었다.
어디나 다 사람사는 세상은 엇비슷하다.
이 어려움이 끝나면 세상은 틀림없이 많이 바뀔 것이다.
사람이 더욱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상으로.
지난 일요일 손님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한국 봉화에서 도인(道人)의 자태로 농사짓는 벗이 찍은 봄 사진 몇 장 얹었더니 그걸 또 그리 좋아들 했다.
아무렴, 사람 마음 다 엇비슷하다.
누구에게나 하루가 24시간 인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