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틈틈이 읽고 있는 책들이 있다. 신학자 하비 콕스가 쓴 <신이 된 시장>,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그리고 정치학자 아이리스 매리언 영의 <차이의 정치와 정의>들이다.
유발 하라리의 책은 재미있어 대충 일독 후 정독 중에 있고, 하비 콕스의 책은 내 이십 대 시절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들을 비교하며 읽고 있는 중이고, 아이리스 영의 것은 여러모로 버거워 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다.
나이 들어 좋은 점 하나는 나 혼자 즐길 시간이 늘어가는 것이다.
아직 책들을 완독하지 못했지만 세 권의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 낼 수 있는 단어 하나 ‘겸손’이다.
사람살이에 얽혀져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겸손’이란다.
하여 요 며칠 동안 ‘겸손’을 읊조리고 있던 중이었는데 ‘바로 그거야!’라고 확인해 주는 이메일을 받았다.
호주에 계신 홍목사님의 편지였다. 그는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시드니 인문학교실 강의록 외에 은퇴 목회자 주일예배 설교문을 보내 주었는데, 그 설교문에서 그가 확인해 준 사람 답게 사는 해결책 역시 ‘겸손’이었다.
내 삶을 돌아보는 눈은 물론이거니와 이즈음 세상 뉴스들을 바라 보는 올바른 판단의 기준 바로 ‘겸손’ 아닐까? 그것이 신 앞에서건 인간 앞에서건.
부끄러움(염치)와 겸손을 상실한 시대는 늘 이어져 온 것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염치를 알고 겸손이 익은 몸짓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끊이지 않았다는 믿음으로.
내 모든 선생님들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