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에서 뉴욕 맨하턴까지 거리는 고작 130마일 정도이다. 교통 사정이 원활하기만 하다면 고작 두어 시간 걸려 닿을 수 있다. 그런데 뉴욕 맨하턴과 유리 동네 유행의 간격간 거리가 반 년이 훨씬 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아주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6,70년 대 돈을 세다가 밤을 지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풀어 놓던 이민 일세대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당시 가발이나 의류, 운동화. 각종 장식들을 팔았던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뉴욕 맨하턴에서 유행하던 품목들은 한 반년 쯤 지난 후 우리 동네에서 유행했다고 한다. 그 유행의 기간을 잘 맞추어야 한 몫 잡을 수 있었다고들 했다.
모두 옛날 이야기다. 이제는 뉴욕과 우리 동네 뿐만 아니라 서울과 우리 동네가 거의 동시에 함께 돌아간다.
이 촌 동네 작은 내 세탁소에 드나드는 손님들이 한국 영화 기생충을 이야기하고 영화 감독에 대해 묻는다. 물론 우리 동네 신문에도 크게 실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뒤지지 않는다. 바로 내 가게와 한 동네에 있는 대학교에서 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발생해 격리 중이라는 기사도 오늘 내 눈길을 뺏는다.
거리와 유행의 간격이 비례했던 시절이나 오늘이나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일상은 크게 변함이 없다.
그저 다 제 식일 뿐이다. 호들갑 또는 덤덤함으로.
하루 일을 마치고 그러저러한 뉴스들을 훑어 보다가 그저 스쳐 지나가며 빌어보는 소원 하나.
한반도 분단 상황을 숙주로 하여 제 배 불리는 모든 기생충들이 박멸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었으면….
꿈을 이어가는 한, 살만한 게 사람살이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