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말이 좋아 자영업이지 내 식으로 부르자면 그저 구멍가게 주인으로 한 해를 온전히 마감하는 일은 지난 해 세금보고 양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 맘 때면 느끼는 일이지만 내 삶이 숫자로 정리되는 모습은 늘 초라하다. 그렇다 하여도 물론 내 삶이 결코 초라한 것만은 아니었다. 무릇 삶이란 숫자로 재단되는 것만이 아니므로.

무엇보다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내가 사람임을 늘 깨우치게 하는 이웃들이다. 그저 감사다.

오늘 아침 새까맣게 잊고 사는 월력(月曆)을 일깨워 알려준 보름달처럼 이따금 눈과 마음을 환하게 열어 주는 자연 또는 신(神)에 대한 감사의 크기는 가늠조차 못한다.

하늘에 지는 달과 뜨는 해를 가장 높은 곳에서 맞이하고 보내는 것은 아마 새들일지도 모른다.

때로 새들을 폄하했던 내 우둔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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