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무침

어머니는 늘 당신이 내 울타리라고 우기셨고, 내게 어머니는 언제간 반드시 넘어야 할 담이었다. 물론 서로가 그렇게 말해 본 적은 없다.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그렇게 내 나이만큼 이어왔다.

불과 일년 전 까지만 하여도 어머니는 내 밥상에 당신의 손길을 올려 놓길 즐겨 하셨다.

십 수년 전 내가 밥을 짓고 음식을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할 즈음, 어머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마땅해 하셨다.

그러시던 어머니가 어느날 부터인가  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고 하셨다.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밥을 짓거나 음식을 하시지 못하신다. 이즈음  나는 어릴 적 어머니가 내게 해 주신 밥상차림을 생각하며 그 흉내를 내곤 한다. 어머니를 위하여.

어머니가 내 울타리를 포기할 즈음 나도 담을 뛰어 넘을 생각을 접었다.

하여 평안하다.

늦은 밤, 나물을 무치며.

마지막 간 맞춤은 아내에게 맡기다.

  1. 2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