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日常)에

겨울도 없이 봄이 오는 듯한 날씨에 들판 길을 걸었다. 집에서 반 시간 정도 달려 다다른 펜주 West Chester County의 Stroud Preserve 산책길은 일요일 아침 내 일상을 매우 풍요롭게 채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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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철학자 강영안 선생이 쓴 <삶과 텍스트 사이에서 생각하기 ;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를 훑어 읽다.

<일상은 무엇인가? 일상(日常)은 문자 그대로 따라 하자면 “늘 같은 하루”이다. ‘하루하루가 늘 같다”는 말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타인을 만나고, 읽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예배 드리는 일, 이렇게 동일한 행동이 반복되는 삶. 때로는 파안대소할 정도로 즐거운 일이 있는가 하면, 절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슬픈 일이 있기도 한 삶. 그러나 대부분은 크게 즐거워할 일도 , 크게 슬퍼할 일도 없이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는 삶. 이것이 일상이다.

사람이면 누구도 벗어날 수 없고(필연성), 진행되는 일이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비슷하고(유사성), 반복되고(반복성), 특별히 두드러진 것이 없으면서(평범성), 어느 하나도 영원히 남아 있지 않고 덧없이 지나가는(일시성) 삶. 이것이 일상이요, 일상의 삶이다.

-중략-

눈이 있고 귀가 있고 받아들일 가슴이 있다면 일상은 단순한 반복도, 단순한 필연도, 단순히 평범하기만 한 현실이 아니라 자유를 경험하고 깊은 의미를 체험하는 삶의 장소이다.>

아침 산책길에서 오간 생각들과 강영안 선생의 가르침을 통해 일상으로 이어지는 내 새로운 한해의 꿈을 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