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에

오랜만에 전화 안부 인사를 나눈 캘리포니아 조선생님은 여전히 왕성한 현역이었다. 올해 일흔 고개를 넘어선 그의 새해 포부는 가히 다부지다. 그런 그가 내게 말했다. ‘김선생도 늙어가나 보오.’ 칠십 고개를 향해 올라가는 내 언행에 대한 격려였을 게다.

성탄 이브에 막내 동생이 대가족을 위한 저녁 상을 거하게 차렸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귀여운 나이들인 조카 손주들 재롱에 내 어머니 총기가 되살아난 저녁이었다. 이즈음 가끔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시간이란 참 별거 아니다. 어머니 아버지와 조카 손주들을 번갈아 보고 있노라면 이백년 세월을 능히 가늠케 한다.

하여 오늘 아침 내가 하늘을 담았었나 보다.

먼동 트는 하늘이 그리 멋지게 다가온 까닭은 금새라도 꺼질 듯한 가는 빛으로 떠 있는 그믐달 때문이었기에.

먼동에서 그믐달까지 연이 닿아 함께 세월을 이어가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기를.

내 안에  그 맘 하나 들어와 성탄이다.

  1. 2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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