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부터인가 추수감사절 저녁상을 내 손으로 차리기 시작했었다. 아마 족히 십여 년은 넘었을게다. 이젠 내가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칠면조는 아들 녀석이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아주 작은 것을 굽고, 아내와 딸과 며느리는 닭이 좋다고 해서 제법 큰 놈을 골라 구웠다. 어머니 입맛에 맞게 새우젓 듬뿍 넣고 김치찜과 코다리찜도 쪄 상 위에 올렸다. 매형과 누이 생각하며 단호박도 굽고 통오징어 구이도 곁들였다. 내 몫으로 돼지갈비를 구워 와인 한잔 곁들였다. 아내는 전을 부치고 잡채를 더해 상을 풍성하게 했다.
두 해 전부터 먼저 떠난 장모가 자리를 비우고, 올핸 거동할 수 없는 장인이 함께 하지 못했다. 올해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셔 오기 위해 누이와 나는 많이 망설였었다. 그러고보니 그 사이 며늘아이가 새 식구가 되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나는 전도서 가운데 한 구절을 읊었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을 일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하는 일에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이다.(전도서 3: 12-13)’
몇 젓가락 입에 넣어 오물거리시던 어머니가 말했다. ‘당최 입맛이 없어 먹질 못하겠더만,,, 오늘은 입맛에 딱 맞아 많이 먹었네…’
오늘 내가 누린 은총이다.
*** 오늘의 사족 – 내 서재 한 구석에서 발견한 약 상자 둘. 웬만한 통증에는 타이레놀 하나 먹기 싫어하는 내게 달포 전 서울 큰 처남이 보내 온 보약이었다. 인삼이야 익히 아는 것이고 황보단이 뭔가 하여 검색해 보다 그 가격에 놀라다.
바라만 보아도 은총에 은총을 더하는 감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