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가 ‘싫다’하면 나서지 않을 수도 있었다만, 구태여 후환을 만들어 가며 살 나이는 아니기에 한주간 노동의 피로에 절은 토요일 오후 아내를 따라 나섰다. 뉴저지 Hamilton은 처음이었다. 해밀톤 한국학교에서 열린 ‘제 4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석한 길이었다.
해밀톤 한국학교가 주최하고 한국의 재외동포 재단이 후원하는 행사로써 입양되었거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 또는 비한국계 현지 시민들이 참가해 한국어 말하기 경연을 펼치는 잔치였다.
지난해 이 행사에 내 며늘아이가 경연에 나섰음에도 함께 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꼼작 없이 함께 한 까닭은 그만큼 무언(無言)의 재촉을 하는 아내의 힘이 강한 탓이었을게다.
거의 끌려 가다시피 했던 자리였는데,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돈내면서 함께 했어야 할 행사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입양 및 다문화 가정 자녀를 비롯해 인디언 아메리칸, 코카시안, 평화봉사단으로 한국 생활을 경험했던 이까지, 모두 현재 미 동중부 저마다의 동네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잔치마당이었다.
이경애선생의 지도로 모두 함께 한 복주머니 색종이 접기에 열심히 따라 하는 전혀 나 같지 않은 내 모습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아내는 춤을 추었다. 아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볼 때 드리는 내 기도는 오늘도 통했다. ‘제발 넘어지는 실수만 아니하게….’
해밀톤 한국학교 교장선생님은 강남옥시인이다.
그가 이 행사를 밀고 나가는 힘일게다. 그의 시편들은…
일주일에 고작/ 세 시간 하는 우리, 토요일 한국학교/ 빠진 이처럼 몇은 결석/ 띄워쓰기 다 틀린 작문같이 몇은 지각/ – 중략- 화분에 물 주듯 몇 년 같이 뒹굴었더니 / 철자법 다짜고짜 다 틀린 카드도 건네주고/ ‘썽생님, 나 누구게?’/ 일찌감치 방귀 트듯 선생한테 말 트며/ 뒤에서 슬쩍 가린 눈 풀고 지긋이/ 날 안아 주기도 한다 – (강남옥의 시 ‘토요일 한국학교’에서)
내 모국어의 속 깊은 품은 언제나/ 삶 앞에 진술 긴 나를 부끄럽게 하는/ 언어의 진국이다 – (강남옥의 시 ’깊고 넉넉한’에서)
돌아오는 길, 델라웨어 한국학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와 격려를….
*** 아내는 이 자리에서 여고 졸업 후 처음 만난 동창 얼굴을 보다. 사십 이년 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