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비지

짧은 해에 쫓겨 가을이 저문다. 일기예보는 어느새 눈소식을 전한다.

‘장소 옮기고 장사는 좀 어때?’ 가게 손님 Mayer씨가 내게 물었다. ‘뭐 그저 그렇지… 큰 변화는 없어. 네 장사는 어때?’ 꽃가게 주인인 그에게 되물었더니 대답이 길었다.

‘여름에 꽃장사는 젬병이거든. 가을 바람 불고 여름 휴가 끝나면 우린 좀 바빠지지. 이제부터 제 철이랄까… 날 추워지면 호시절이지! 웬지 솔직히 말해 줄까? 세상 뜨는 이들이 부쩍 늘거든! 정말이라니까!’

‘정말이라니까!’라는 그의 말에 나는 웃었다.  그나 나나 일흔이 손에 잡힐 듯 하건만…

토요일 오후 가게 문 일찍 닫고 찾은 공원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공원 길을 걷지만 땀은 커녕 한기가 몸을 감싼다.

가을은 언제나 너무 짧다.

짧은 입이 더욱 짧아져 음식물을 거의 입에 대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옛날에 먹던 거를 찾으셔서 콩비지 찌개를 만들어 보다.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여기가 한국이야? 미국이야?’를 되뇌시는 장인은 오늘은 좀 반짝 하셨단다.

비록 가을은 짧고 겨울은 길어도 올 겨울 꽃장사는 그리 잘 되지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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