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이 코 앞에 다가섰다. Thanksgiving day 하루를 쉬고 습관으로 이른 아침 가게로 향했다. 연휴 새벽 도로는 한산했다.
어제 밤, 딸아이가 물었었다. ‘아빤 언제까지 일해?’ 아무 생각없이 튀어나온 내 대답은 ‘일할 수 있을 때까지…’였는데 그에 대한 딸아이의 간단한 물음이 내 앞에 놓인 질문이 되었다. 딸아이가 던졌던 아주 간단한 질문은 ‘왜?’였다.
내 나이 마흔이 다 되어 낳은 딸아이가 사는 세상을 내가 모두 이해할 수 없 듯, 아이 역시 내가 사는 세상을 다 알 수는 없을게다. 어쩜 내 스스로도 모르는 일일 수도 있거늘.
간 밤에 모처럼 나눈 딸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되새기며 이르른 가게 앞 하늘 풍경에 홀려 내 눈에 담아 보았다.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열리는 아침에 홀려 아직 어둑한 상가를 덮은 추위를 잊은 채 아침 풍경을 담아 보았다.
그러다 든 생각 하나. 동 트는 아침 해를 맞기 위해 산이나 바다 등 명소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내 일터의 아침은 내가 누리는 큰 축복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침 나절에 맞은 손님 한 분, 며칠 전 작고 예쁜 포인세티아 화분과 분에 넘치는 찬사를 담은 손편지를 전해 주셨던 이다.
그 손편지와 화분을 받던 날, 문득 내 눈에 들어 와 박힌 풍경은 가게 뒤편 우체국 담장 너머에 있는 단풍나무였다. 사철 푸른 나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무들이 누런 잎새들을 다 떨어 버리고 열반에 이른 계절에 우체국 담장 안 단풍나무는 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무렴! 우체국 나무인데…. 좋은 소식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시들지 않는 단풍 나무 하나 오래 품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이쯤 내 딸아이에게 보내는 응답을 찾다.
내 일터에서 찾는 즐거움이 있기에… 적어도 그 즐거움을 잃는 날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