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씻이

온종일 가을비 추적이다.

게으르기 딱 좋은 일요일, 책 한권 읽다. 조일준이 쓴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이다.

제 1부 <인류의 이주, 그 변천과 흥망의 기록>은 딱히 이민사라기보다는 인류 통사에 가까워 흥미진진하게 한눈에 읽었다.

제 2부 <국제 이주, 여전한 문제들>은 오늘을 사는 인류 앞에 놓인 이민과 난민 문제를 다루는데 그 시각이 참 따듯하다. 하여 저자이자 기자인 조일준이 쓴 기사들을 찾아 읽다.

공동체가 <집단기억>들을 어떻게 생성하고 공유해야 할까? 라는 물음을 갖다.

책을 덮으며 깊게 남은 한 줄은 저자가 인용한 아론 브레그먼의 <6일 전쟁 50년의 점령>에 나오는 말.

<역사 서술의 초점이 단 한번만이라도 개체의 운명에 맞춰질 수 있다면 민족의 대이동은 개인들의 피눈물로 얼룩지고 고통과 한이 어린 대하 드라마였을 것.>

책씻이로 홀로 한 잔 하다.

아침 신문기사를 훑다 깨달은 부모님 결혼 73주년이 생각나 노인들께 전화, 재롱을 부리다. 내친김에  노인들 수발에 늙지 못하는 누이에게도 전화 한 통으로 미안함을 씻다.

모처럼 서울 큰 처남에게도 전화 한 통 넣어 흰소리 낄낄거리며 함께 웃다.

이 가을비 그치면 서리가 내릴 터.

아무렴 이주하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따스함일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