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八字)에

모처럼 아들 며느리가 내 집을 찾은 토요일 오후, 나는 길이나 함께 걷자고 했다.

아이들이 찾아올 줄도 몰랐거니와, 내 집에 오기 전에 친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뵙고, 양로 시설에 계신 외할아버지도 뵙고 왔다고 하여 내 얼굴에 크게 웃음이 피었다. 하여 함께 걷자고 했던 것이다.

낮이 많이 짧아졌다. 반나절 가게 일보고 나선 길이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짧을 듯 하여 조바심이 일었다.

동네 공원엔 시월 하순의 가을이 가득 찼다.

공원길을 걸으며 수시로 쎌폰을 확인해 본다. 딸아이가 열흘 여행에서 돌아 왔다는 소식이 도착할 시간이 지나서였다.

아내는 양로 시설에서 처음 생일을 맞는 장인을 위한 자리에 대해 말했다. 덧붙일 것 없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함께 하고 올라가라는 내 말에 아들 며느리는 선약이 있다며 떠나고, 어머니 아버지는 손주 녀석이 찾아왔었다는 일에 감격하여 전화를 끝내시지 못하고, 스무 시간 비행 끝에 제 아파트에 돌아왔다는 딸아이 소식에 내 가슴은 은단 입에 문듯 화하게 뻥 뚫리고…

그저 감사가 이어지는 시월인데…

나는 왜 지금 이 나이에도 한국 뉴스에 속을 끓이는지?

참 팔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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