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으로 온라인 신문들을 훑다가 눈에 뜨인 말.

“우연은 때로 인생의 설계를 뒤흔들어 놓지만 결국 그것을 다시 정돈하고 바로잡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계획한 것이든, 우연이 만든 것이든, 고정된 운명이란 없는 셈이다. 그러니 어떤 상황, 어떤 경우에서도 우리가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이라는 이가 한 말이란다. 난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평론가라는 직업에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나는 시사평론가란 이들의 말엔 더더욱 귀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그의 근황을 전하는 신문기사이다.

<그는 올해 초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지난 2월 서울대병원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현재까지 병원에서 재활 중이다. 합병증으로 찾아온 폐렴과 어지럼증으로 인한 고비를 넘겼지만, 후유증으로 마비된 혀는 회복이 더뎠다. 모든 방송을 그만둬야 했다. 아내와의 여행은 여전히 계획에 머물러 있다.>

그가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된 것은 바로 투병을 통해서이다.

개인으로서 또는  집단이나 나아가 국가의 일원인 시민으로서, 진정 의지를 갖고 온 몸을 던져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설 상황이나 경우란  바로 자신이나 속한 집단 또는 국가가 심히 앓을 때이다.

개인의 삶이나 역사에 있어 혁명적 변곡은 대개의 경우 우연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그가 세웠다는 아내와 함께 하는 꿈이 이루어지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