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은 것을 알려주는 선생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게다가 알고 난 후, 맛 본 기쁨이 가늠 못 할 정도로 클 때 이어지는 감사는 또 얼마나 큰지!
몇 주 전 ‘이 맘 때 가을을 즐길 만한 가까운 곳 추천 좀 해 주세요.’라는 내 부탁에 이길영 선생님은 흔쾌히 주저없이 몇 군데를 소개해 주셨다. 그 중엔 세 시간 정도 운전해야 하지만 으뜸으로 치신 뉴욕주에 있는 Minnewaska State Park가 있었다.
이선생께서는 세 시간이라고 하셨지만 내가 사는 곳과 내 운전 실력으로 따져보니 네 시간에서 네 시간 반은 족히 걸릴 거리였다.
구글링을 통해 살펴보니 여간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딸아이와 함께 가을 길을 걸어 볼 생각을 하니 딱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맨하턴 도시 생활을 하는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다는 뜻이었는데, 문제는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 뿐.
아내는 즉답을 했고 이틀을 기다려 얻은 딸아이의 응답 역시 ‘허락하마!’였다.
어제 어머니는 ‘그래, 먼 길 다녀 온다고…’하시며 노자돈 백불을 내미셨다.
그렇게 다녀 온 일박 이일 가을 단풍놀이.
두어 시간 눈이 닿는 곳마다 가득 찬 가을 길을 달려 이르른 공원에서 세 시간여 아내와 딸과 함께 걷던 가을 길은 그저 아름답고 황홀했다.
그 나이 또래에 겪을 수 있는 아픔을 잘 이겨낸 딸아이와 이제 사십 년을 바라보는 함께 한 세월 그 숱한 지긋지긋한 이야기들을 낙엽에 묻고 언제나 밝은 아내와 함께 걸은 가을 길, 그저 좋았다.
잘 다녀왔다는 내 전화 인사에 어머니는 ‘일찍 집에 들어 와서 좋구나!’ 하셨다.
그래 이길영 선생님께 특별히 드리는 감사이다.
나를 지탱해주는 세 여자, 어머니 아내 그리고 딸을 뒤쫓아 걷는 가을길에서 느낀 그 아름답고 황홀한 시간들에 대하여.
번잡한 아울렛 상가에서 아내와 딸을 뒤쫓으며 맛 본 흡족함은 덤으로 얻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