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밥상을 나누다 아내가 내게 건넨 부탁이었다. ‘춤추기 전에 보는 사람들에게 춤에 대한 설명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여기 저기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봐도 ‘흥춤’에 대한 딱히 좋은 설명을 찾지 못했으니, 간략하게 한 두어 줄 정도로 안내 글을 써보라는 부탁 아닌 명령이었다.
그렇게 떠오른 내 할아버지 생각이다. 막걸리 몇 순배에 불콰해진 얼굴로 일어나 두 팔 벌려 으쓱으쓱 느린 몸동작으로 그 날의 즐거움을 맘껏 토해 내셨던 내 할아버지, 그래 흥이었다. 술 좋아하시던 내 할아버지의 흥은 술 한 방울 입에 대시지 않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한으로 이어졌고….
그 생각으로 두어 줄 써 본 ‘흥춤’에 대한 내 생각.
<흥춤이란 신이 나서 추는 춤이라는 뜻입니다.
흥춤을 추던 옛 한국인들은 그다지 흥겹지 않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랍니다. 가난에 허덕였고, 꿈꾸었던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하루 하루를 이어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흥춤을 추며 어렵고 힘든 현실을 꿋꿋히 이겨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어져 내려 온 춤이 바로 흥춤이랍니다.
“Heung-choom (Joy dance) means “a dance in the excess of mirth or joy.”
Korean people in the old days who danced this dance were those who didn’t live very joyful lives. They struggled in poverty and lived in difficult lives in which their dreams never happened. But they withstood hardship and pain in their everyday lives with dancing “Heung-choom.” The tradition of the dance has been handed down like that.>
딱히 한국인이라고 한정 지을 일도 아니다. 그저 삶이란 한과 흥이 어우러져 이어 가는 게 아닐까?
지난 일요일에 걸었던 노란 가을 길에 대한 흥을 못잊어 오늘 아내와 함께 다시 걸었다. 겨우 한 주간 사이 노란색들은 누렇게 변해 가고 있었다.
흥으로 살던 내 할아버지에게도 쌓였던 한들이 많았을 터이고, 한 많던 내 어머니 아버지에게도 흥노래 부르던 시절도 많았나니.
그렇게 또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