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아침

연휴를 맞아 느긋하게 늦잠을 즐겨야지 했다만, 습관 탓인지 여느 때처럼 잠을 깨 일어나다. 하릴없이 집안을 서성이다가 동네 한바퀴를 걷다. 동네 어귀에는 어느새 가을이 다가 섰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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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새 장소로 옮긴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반년이 지났다. 정말 시간 한번 빠르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듯하다. 가게를 옮기고 자리를 잡아가는 지난 반년 사이, 이런 저런 걱정들에도 불구하고 새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가 아주 크다. 무엇보다 내 가게 손님들에게 드리는 감사이다.

이른 아침 산책 길에서 만나는 꽃들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 꽃들은 오늘 하루 누리는 삶에 대한 감사를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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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하늘거리는 강아지풀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추억들을 지난 날에 대한 감사로 이어보는 느긋한 연휴 아침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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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앞에 서 있는 밤나무엔 밤들이 무성하게 여물어 가고 있다. 모든 열매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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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미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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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9월을 연다. 멈춤 신호와 전기줄과 나무들이 어지러워도, 때론 먹구름이 가리울지라도 모두의 지붕 위로 아침 해는 늘 저렇게 밝게 떠오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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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은 구월 아침, 한국 창원에서 영어 교사를 했었다는 시인의 구월 노래를 읽다.

Simply September
— David Kowalczyk
A world made
more of music
than of flesh.

Sunflowers
ablaze in
the autumn wind.

Memories
set free
by the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