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

한국뉴스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누이 생각. 나보다 한 살 아래인 사촌 누이는 이십 대에 유학 길에 올랐다.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누이에 대한 기억은 거의 그 이전 세월 뿐이다. 물론 서로 간에 소식은 듣고 살았다. 오랜 유학 끝에 누이가 한국에 돌아 가 정착했을 때는 나는 이민을 온지 이미 오래 된 후이기에 그저 소식만 듣고 살았을 뿐이었다.

그러다 누이를 만났었다. 이명박 시절이었을게다. 서울 강남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했었다. 이 자리에서 나보다 몇 살 위인 사촌 매제와도  인사를 나누었었다.

이런저런 살아 온 이야기들과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누이가 제 남편인 사촌 매제를 일컬어 ‘강남 좌파’라 했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강남 좌파’하는 지칭을 들어 본 첫 자리였다. 그 지칭을 들었던 사촌 매제는 당시 강남에 사는 독일 법학박사 학위를 지닌 대학교수였다.

‘강남 좌파’의 얼굴 격처럼 알려진 조국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사들을 보다가 떠오른 내 누이에 대한 기억이다. ‘강남 좌파’ 내 사촌 매제가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었다는 이야기들도 그 기억 속에 함께 한다.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강남’과 ‘좌파’이다. 뉴스들은 그 사이를 파고들며 마구 그 간격을 벌리고 있다. 그 놀음에 ‘강남’과 ‘좌파’는 물론 ‘강북’과 ‘우파’ 아니 그도 저도 아닌 이들 모두 달려 들어 정신들이 나간 형국이다.

그 날 이후 누이와 ‘강남 좌파’인 사촌 매제를 본 적은 없다. 예전처럼 그저 소식만 전해 들을 뿐. 나는 한번도 ‘강남 좌파’인 누이 내외가 자랑스럽다고 말한 적이 없다만, 여전히 그렇게 불리우며 살아가기를 빈다.

더하여 ‘강남’과 ‘좌파’사이를 헤집는 난도질에 휘청거리는 조국이라는 사내가 지금의 형국을 잘 이겨 내기를 바란다.

아직은 ‘강남 좌파’가 절실히 필요한 그 쪽 상황인 듯 보여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