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친구와 밥 한끼 나누며 그저 그렇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즐겁다. 엊저녁 모처럼 그런 시간을 누렸다.꽉 찬 나이의 아이들 이야기, 어느 날 문득 낯선 모습으로 다가와 어느새 익숙한 모습이 되어버린 노인들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은퇴와 노후 문제… 친구부부와 우리 내외는 그저 그렇게 사는 이야기들로 배불렀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한국 뉴스와 이야기들 – 사실 내 기억 속 한국은 이미 외국이다. 그것이 이승만 또는 박정희 시대든 박근혜 또는 문재인 시대든 어쩌면 모두 외국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내가 살던 때 보다 엄청나게 좋아 진(진보된) 한국이 자랑스럽다.
물론 무엇이라 일컫든 한반도에서 사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도 없고 더불어 함께 사는 뜻은 말할 것도 없이 그저 돈에 의해서만 성공이 정의되는 사회로 다가오는 뉴스들도 넘쳐 나지만… 어디 그게 거기 뿐이랴! 그 또한 옛시절 보단 나아진 것이려니. 다만 때론 무도하고 뻔뻔스런 모습들이 도가 지나친 정도가 극에 달했을 지언정. 그 또한 더 큰 진보가 눈 앞에 다가선 징조이려니!
친구가 은퇴 후 남쪽이 어떨까 한다는 말에 나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이 사람아, 너무 멀리 가진 말게나. 그래도 종종 하룻길에 만날 수 있는 거리에서 살자구!’
파란 하늘에 구름들 제 흥에 겨워 노는 일요일, 나는 Pocono 산 속을 거니며 놀았다. 옛날과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생각들이 뒤섞인 채로.
늦은 저녁, 한국에서 방문한 조교수 내외와 와인 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다. 삼십 여 년 전 이 곳에서 그가 공부하던 시절 함께 했던 이야기들과 서로의 이즈음 이야기, 여기서 박사 과정에 들어 선 그의 자식 이야기 등 그렇게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나누며…
하루를 보내며 문득 든 생각 하나.
어느새 내가 뭔가 이뤄야 할 나이가 아니라 그저 음미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