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올들어 몸이 딱 반쪽으로 줄어드신 장인의 얼굴 크기는 예나 다름없다. 반면 한 두어 주 사이에 몸이 쫄아 드신 어머니는 얼굴도 그만큼 작아지셨다. 덩달아 아버지의 등도 딱 고만큼 더 휘어지셨다.
어깨수술 후 운동부족인 아내와 함께 하루 길 거리에 있는 강가 나들이에 나설 요량이었는데 간밤에 자꾸 노인들 모습이 눈에 밟혀 그만 두었다. 아내는 아내대로 두 주나 교회에 못 갔으니 주일예배 참석이 우선이라며 잘 되었단다.
나는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길을 좀 걷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쉬는 날, 길을 걸으며 만나는 숲과 나무들, 들꽃과 나비와 새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며 스치는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눈에 담는 순간들은 이즈음 내가 누리는 축복이다.
오늘은 유독 노란 들꽃들이 눈에 담긴다. 노란색은 돌아가신 장모가 참 좋아하셨다.
두어 시간 걸었는데 어느새 해가 몹시 따갑다. 생각해보니 걷다 마주쳤던 이들 거의 모두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스쳐간 생각 하나. ‘난 산책 뿐만 아니라 어쩜 아직 모든 일에 초보가 아닐까?’
등에 홍건한 땀을 배고 필라 한국식품점으로 달려 올라갔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각종 젓갈 조금씩 담아 내려온 내게 하신 어머니 말씀. ‘그래 내가 며칠 전부터 짭조름한 게 생각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장모는 여전히 노란색 꽃에 취해 계셨다.
먼 길 안 나서기 참 잘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