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몇 학년 때 였던가? 아마도 여름방학을 앞 둔 이 맘 때 쯤이었을게다. 신촌 신영극장 뒷길을 걷다 바라 본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들이 포근한 솜처럼 피어 있었다. 입 헤벌리고 그 하늘을 쳐다보며 걷는데 벌이 내 눈가를 쏘았었다. 그야말로 눈탱이가 밤탱이 되었던 그 여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제 오후 가게 밖 하늘 풍경은 딱 그 때였다. 1960년대 어느 여름 신촌 그 하늘이었다.
가게 문 닫고 돌아오는 길, Curtis Mill Park 숲길을 걷다. 새소리 물소리, 길가 강아지풀에 담긴 옛 생각들을 잡으며.
놓아 주어야 할 것이 어찌 잡은 물고기 뿐이랴!
하루 하루 치매끼가 더해 가시는 노인들과 이제 막 신혼을 꾸미고 인사차 들린 처조카 내외를 보며 든 생각 하나.
무릇 삶은 놓아 주어야 할 과정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