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따라 길을 걷다.
이즈음 틈나면 걷는 길 위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 크다 하지만 뭐 행복 운운할 만큼 대단하지는 않거니와 삶의 뜻을 따질 만큼 깊지도 않다. 그래도 그 즐거움은 여전히 크다. Middle Run Valley 숲길은 그저 길을 따라 걸으며 얻는 즐거움이 아주 크다.
풀숲을 헤집고 걷는 길은 문득 신촌 안산 숲길에 가 닿기도 하고, 아름드리나무들 사이로 스민 오월 햇살에 홀리다 내 스무살 언저리 무주구천동에 이르기도 한다.
즐거움은 그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노인들 식당이라고 부르던 Perkins Restaurant 가까이에 이런 깊은 숲길에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아내와 내가 아침식사를 가장 많이 하는 곳, 바로 Perkins Restaurant이다. 집과 가게를 오가는 길 한 가운데 있는 숲길이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하루 길 넘는 먼 여행은 나설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동네 길을 찾아 걷기 시작한 일인데 그 즐거움이 여간하지 않다.
내 생각과 다르게 일상화 된 삶 역시 살만한 것이다. 아무렴!
이따금 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길을 달리는 이들과 반려견과 함께 뛰는 젊은이를 만나기도 하고, 옛풍습을 따라 사는 Amish 마을 처자나 늙어가는 남편이 불안한지 잔소리를 이어가는 내 또래일 마나님과 그들 부부의 길을 안내하는 반려견을 만나기도 하며…
연휴에 느긋한 마음이 되어, 길안내 표지를 쳐다보지 않고 그저 길을 따라 숲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