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어제 한인 모임에 다녀온 아내가 두 식구 먹기엔 과한 양의 오이와 부추를 가져왔다. 몇 봉지 나누어 교회 식구들과 함께 한다고 아내가 나간 후, 나는 오이 소박이를 담다. 모처럼 이런 저런 염려 없는 연휴이므로.

집을 나서 강변 길을 걷다. 미국인들도 Delaware하면 Dela… where?한다는 작은 주의 제일 큰 상업도시 윌밍톤시를 끼고 도는 Christina 강변 산책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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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길로 들어서며 만난 기차길에서 엊저녁 찾아 뵌 선배가 떠올라 한참을 서 있었다. 암과 오래 싸워 온 선배는 이젠 그 싸움을 정리하는 듯 담담히 오래 낮은 목소리를 이어 갔었다. 함께 했던 예닐곱 벗들은 나를 제외하곤 선배와 함께 조국의 민주와 통일이라는 생각으로 하나 되어 청년 시절부터 오늘까지 함께 한 이들이다. 어느 사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삶을 고뇌할 나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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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입구에 있는 안내소를 들어서니 박제된 여우가 맞는다. 여우는 내가 사는 동네에 흔한 동물 가운데 하나다. 언젠가 동네 산책 중 모퉁이 길에서 마주친 여우와 내가 서로 기겁을 해 놀라 뒷걸음쳤던 생각이 떠올라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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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이나 강변길이나 새소리는 맑고 경쾌하다. 마주하는 사람들도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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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다. 온 몸을 땀으로 흥건히 적신 후에 집에 돌아오다.

저녁나절, 형제들 모두 함께 모여 아버님 생신 잔치 상 나누다. 노인들 함박 웃음 오래 이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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